독서일기 2021. 11. 16. 17:37

NA MARGEM DO RIO PIEDRA

  EU SENTEI E CHOREI

by Paulo Coelho


그녀는 부정했다.

자신에게 아직도 사랑이 남아 있다는 사실을.

모든 것을 버리는,

혹은 모든 것을 감싸안는 사랑을 할 수 있으리라는 것을.

사랑에 전부를 맡길 수 있으리라는 것을.

그는 부정했다. 그녀를 사랑하면서도

계속해서 구도자의 길을 걸을 수 있으리라는 것을.

사랑이 충분히 깊어지면 삶은 양자택일이 아닌

3의 길을 보여준다는 사실을.

그들은 답을 찾기 위해 길을 떠났지만

길이 끝나는 곳에 답은 없었다.

그리하여 마침내 그녀는 말한다.

"모든 사랑 이야기는 닮아 있다."

 

 

  ㅁㅁ

 

  바보! 세상에 사랑보다 더 깊은 건 없어.

공주가 개구리에게 키스를 해서

개구리가 멋진 왕자로 변하는 것은 동화 속 얘기일 뿐이야.

현실 속에서는, 공주가 키스하는 순간

왕자는 개구리로 변해 버리고 말아.

 

 

 

성모 마리아에게는 이 지상에 남편이 있었어.

그는 이름 없는 일의 가치를 증명하고자 했던 사람이었지.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아내와 아들에게 몸을 누일

안식처와 허기를 채울 양식을 만들어준 것은 그 사람이었어.

아내와 아들이 자신들의 맡은 바를 다할 수 있도록

허락해준 사람이기도 하고,

비록 아무도 그를 칭찬하지는 않았지만,

그가 한 일은 그들의 것만큼이나 중요했어.

 

 

  ㅁㅁ

우리는 아무 말이 없었다.

사랑에 대해 말한다는 것은 덧없는 일이었다.

사랑은 자신의 목소리를 가지고 있었다.

사랑은 스스로 말한다.

그날 저녁, 그곳에서의 침묵은 우리의 마음을 가깝게 하고,

서로를 보다 잘 이해할 수 있게 해 주었다.

내 마음은 그의 마음이 하는 말을 듣고 있었고,

그것은 행복이었다.

   


나는 지금 이 순간 내가 살고 싶은 모습을 상상하기 시작했다.

나는 쾌활하고 호기심 많고 기쁨으로 가득한 사람이고 싶었다.

매순간을 치열하게 살고,

갈증으로 타는 목을 생명의 물로 식히는 사람이기를 원했다.

내 꿈을 다시 믿고, 내가 원하는 것을 위해 싸울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나를 사랑하는 남자를 사랑하는 내 모습.

그래, 그게 바로 내가 되고 싶은 여자였다.

그 여자는 불현듯 모습을 드러내더니, 내가 되었다.

  그 순간 내 안에 있던 그 여인이 내 몸을 떠나,

그 작은 방의 한쪽 구석으로 갔다.

 

오랫동안 나였던 그 여인,

강한 인상을 주기 위해 노력했던 약한 그 여인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모든 것에 두려움을 갖고 있었지만,

스스로에게 그것은 두려움이 아니라

현실을 직시하는 지혜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 지혜는 햇빛이 들어오는 창문 앞에 버티고 서서

창을 모두 가려버렸다.

그녀는 자신의 방에 있는 오래된 가구의 빛이

바래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그녀는 구석에 앉아 있었다.

그녀는 부서지기 쉽고, 몹시 지쳤으며, 환멸을 느끼고 있었다.

그녀는 언제나 자유로워야 할 감정을 통제하고 가두려 애썼고,

과거에 겪었던 고통의 잣대로

다가올 미래의 사랑을 판단하려 들었다.

 

하지만 사랑은 늘 새롭다.

생에 한 번을 겪든 두 번을 겪든 혹은 열 번을 겪든

사랑은 늘 우리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 빠지게 한다.

사랑은 우리를 지옥에 떨어뜨릴 수도 있고,

천국으로 보낼 수도 있다.

사랑은 늘 어딘가로 우리를 인도한다.

우리는 그저 그걸 받아들일 뿐이다.

왜냐하면 사랑은 우리를 존재하게 하는 자양분이기 때문이다.

 

만일 우리가 생명의 나무에 매달린 열매를 따기 위해

손을 뻗을 용기가 없어서 그걸 피한다면,

우리는 굶주림으로 죽게 될 것이다.

사랑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 나서야 한다.

비록 그것이 몇 시간, 혹은 몇 일, 몇 주에 이르는

실망과 슬픔을 뜻한다 해도, 우리가 사랑을 구하는 순간,

사랑 역시 우리를 찾아 나서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를 구원한다.

 

 

  ㅁㅁ

내 안의 다른 사람이 내게서 떠나갔을 때,

내 마음은 다시 한번 내게 말을 걸어왔다.

둑의 갈라진 틈으로 이미 물이 새어나오고,

바람이 사방에서 불어대고 있다고 속삭였다.

나는 행복했다.

왜냐하면 내가 다시 내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기 때문이다.

내 마음은 내가 사랑에 빠졌다고 말했다.

나는 입가에 미소를 띤 채 잠이 들었다.

 

우리는 세상을 향해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는 다른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고,

나는 그에게 위안을 줄 수 있을 것이다

 

 

 

 

파울로 코엘료 지음 이수은 옮김

"피에트라 강가에서 나는 울었네" 중에서

2003 (문학동네)

posted by 푸른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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