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 2021. 11. 16. 17:56

THE HERO
WITH A THOUSAND FACES
By Joseph Campbell(1st Edition,1949)
잠자는 공주와 영웅 그리고  타락의 의미 
                                                                                        

신화(神話)의 목적은
과거에 묶어두려는 경향이 있는 인간의 끓임없는 다른 환상에 대응하여
인간의 정신을 향상시키는데 필요한 상징을 공급하는 것이다.
그리고 개인의 의식과 우주적 의지를 화해시킴으로서
무지를 추방하는데 있으며 덧없는 시간적 현상과,
삶과 죽음이 혼재(混在)하는 불멸의 삶과의 진정한 관계를 자각시키는 것이다.

신화의 영웅이란 과거의 개인적, 지방의 역사적 제약과 싸워
이것을 보편적으로 타당하고 정상의 인간적인 형태로 환원시킬 수 있었던
남자나 여자를 말한다.
그리고 그런 모든 영웅들의 모험은 분리, 입문과 회귀의 과정으로 설명된다.

즉, 영웅은 일상적인 삶의 세계에서
잠자는 공주로 비유되는 삶의 진실을 구하기 위하여 경이의 세계로 떠나고
그곳에서 엄청난 세력과 만나지만 노파나 노인의 모습을 한 조력자를 만나
위험을 피하기도 하고 삶과 죽음의 경계선을 지키는 "관문의 수호자"를 만나
두려움에 떨기도 하지만 결국은 결정적인 승리를 거둔다.

여기서 잠자는 공주는 우리의 모든 욕망에 대한 응답이며
모든 영웅이 향하는 지상적, 비지상적 모험의 은혜로운 최종목표이다.
그리고 그녀는 우리의 어머니이며, 누이이며, 애인이며, 신부(新婦)이다.
그녀의 존재는 세상에 유혹하는 것, 기쁨을 약속해 주는 것의 예고이며
이 유혹과 약속은 항상 우리가 깊이 잠들어 있을 때 찾아온다.

그녀는 왜 잠든 우리를 찾아오는 것일까?
그것은 그녀의 존재가 바로 완전성이라는 약속의 화신이며,
조직화 된 불완전한 세계속에서 오랜 방황을 끝낸 영혼의 안식이며,
한 때 인류가 맛보았다가 언젠가 다시 맛 볼 은혜이기 때문이며,
위안과 자양, 그리고 우리가 아득한 옛날에 그 사랑을 받던 젊고 아름다운
"좋은 어머니"이기 때문이다.

세월은 우리와 그녀 사이를 가로막았지만,
그녀는 영원한 잠에 빠진 미녀처럼,
우리의 마음 속 영원의 바다 밑바닥에 머무르며
우리가 다시 그녀를 찾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영웅들은 자신들의 신비스러운 모험에서 공주를 구하고
동료들에게 이익을 줄 수 있는 힘을 얻어 현실세계로 다시 돌아온다.
이런 영웅의 성공적인 모험의 의미는, 생명의 흐름을 풀어 다시 한번
세계의 몸 속으로 흘러들게 하는데 있다.

한편, 타락이라는 이미지의 의미는
우리의 초의식(superconsiousness)이 무의식 상태로 흘러갔음을 뜻한다.

우리가 우주적 능력의 근원은 보지 못하고
그 능력에서 투사된 현상계의 형태만 볼 수 있는 것은
우리 스스로가 투사된 현상계에만 집중하여 자신의 의식을 응축했기 때문인데,
이 의식의 응축 현상은 초의식을 무의식으로 바꾸어 놓는다.
그리고 그곳에 자신만의 세상을 창조하여
그것만을 세계의 전부로 인식하는 것을 말한다.

구원은 초의식으로의 귀환과, 이에 따른 세상의 소멸에 있다.
이것은 우주 발생적 순환, 세계 현현의 신화적 이미지,
그리고 비현현 상태로의 회귀를 나타내는 중요한 테마 및 공식이다.
마찬가지로 개인의 탄생, 삶, 죽음은 무의식으로의 하강 및 회귀로 볼 수 있다.

영웅은, 살아 있을 동안에, 창조 과정 중에는 지각되지 않는
초의식의 요구를 알고 이를 대리하는 자이다.
영웅의 모험은, 그의 삶에서 깨달음을 얻는 순간 나타난다.
이 순간은 그가 살아 있을 동안에,
죽음의 어두운 벽 너머의 빛의 길을 발견하고,
이 길을 열었다는 의미에서 참으로 중요한 순간이다.

우주적 상징이 종잡기 어려운 역설로 표상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신의 왕국은 내재적인 것이면서도 동시에 외재적인 것이기도 하다.

신은 잠자는 공주, 즉 영혼을 깨우는 편의수단이다.
삶은 그녀의 잠이고, 죽음은 그녀의 깨어남이다.
자기 자신의 영혼을 깨우는 영웅은, 그 자신이 자기 소멸의 편의수단일 뿐이다.
영혼을 깨우는 신은, 그 영웅과 죽음을 함께 한다.

이것은 결국 찾는 자와 찾아 지는 자는 하나이며,
나를 찾는 것은 너를 찾는 것이라는 의미이다.
위대한 영웅은 그의 위대한 행적을 통하여 이 세상의 다양한 얼굴들이
사실은 모두 하나임을 알고, 또 그것을 남에게 알리게 된다.

하지만 우리가 영웅들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고
일상의 삶에만 집착하여 스스로 택한 자기 자신의 삶의 길에서
영웅적으로 살아가지 못한다면 우리가 가게 될
다른 길의 문에 씌어져 있는 이 글도 함께 알아두어야만 하리라.

Per me si va nella citta dolente,
Per me si va nell` eterno dolore,
Per me si va tra la Perduta Genta,
나를 지나면 슬픔의 도시로 가는 길,
나를 지나면 영원한 슬픔에 이르는 길,
나를 지나면 길 잃은 무리 속으로 들어가는 길,
(단테의 신곡중에서)

                                                                                        

조셉 캠벨의 "千의 얼굴을 가진 英雄"중에서
이윤기 옮김 / 평단문화사(1985)

posted by 푸른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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